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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P合(힙합) ③] 일상을 리듬으로 깨우는 이경은 안무가의 "브레이킹"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08/24 00:22 수정 2021.08.26 12:23
"Breaking" 커튼콜 | 상상과 놀이로 놀고 즐기는 이번 작품의 커튼콜 또한 흥겹게 무대를 장식하며 세 작품의 향연을 총정리하였다. /(사진=Aejin Kwoun)
"Breaking" 커튼콜 | 상상과 놀이로 놀고 즐기는 이번 작품의 커튼콜 또한 흥겹게 무대를 장식하며 세 작품의 향연을 총정리하였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 국립현대무용단 “HIP合(힙합)”의 피날레는 독창적인 안무 발상과 폭발적인 무대 매너로 국제무대를 활보하고 있는 이경은 안무가의 “브레이킹”이 장식하였다. 무용수 8명과 연주자 3명까지, 총 11명의 다채로운 에너지가 극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이경은은 ‘등급으로 나눌 수 없는, 각자 고유한 존재들이 정지된 일상을 리듬으로 깨우는 이야기’라고 작품 “브레이킹(Breaking)”을 소개한다. 영문 작품명인 “Breaking”은 ‘B급들이 만들어낸 A급 세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브레이킹" 공연사진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브레이킹" 공연사진 | 투명판(무대에 사용된 폴리카보네이트판은 아크릴판보다 강도와 투과도가 상당히 높은 플라스틱판이다)은 완벽하게 투명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편이 안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한계나 경계 또는 나의 한계나 경계를 상징하는 이  투명판은 너무나 얇고 단단하지 않지만 쉽게 찢어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리서치 단계를 거쳐 댄스필름/공연예술 2개 콘텐츠로 제작된 작품 “브레이킹”은 B급들이 만들어낸 A급 세상, 정해진 시스템과 한계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리듬과 개성으로 세상의 주인을 꿈꾼다. 상상하고 놀이하며 세상을 재구성하는 개인의 모습을 무대에 소환하면, 태풍의 눈이 되어 세상을 으깨고 뒤섞는 각자의 ‘나’로 태어난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댄스필름2021’에서 공개된 댄스필름 이후에도 ‘댄스 온 에어’를 통해 추후 국립현대무용단의 “HIP合”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지혜를 춤의 생기로 찾아가는 작품 “브레이킹(Breaking)”은 등급으로 나뉠 수 없을 만큼 각자 고유한 존재들이 정지된 일상을 리듬으로 깨우는 이야기다. 다른 신체, 다양한 리듬의 사람들이 주어진 조건에서 독자적인 방법으로 고유한 세상을 만든다. 어쩌면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있는 경계와 한계의 아이러니까지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춤과 음악, 무대와 객석의 연결의 통해 다양성 공존의 합을 이루는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브레이킹" 공연사진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브레이킹" 공연사진 | 서로가 서로를 누르며 서로가 서로에게 한계를 부여한다. 뛰어넘으려는 사람들은 발밑으로 함께 끌어당기기도 한다.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로서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이경은 또한 수많은 장벽을 깨온 장본인이다. 데뷔작 ‘흔들리는 마음’으로 신인상(1996)을 받으며 ‘대한민국 무용계의 새로운 이단아’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독일 국제 솔로탄츠테아터 1위 안무상(2004) 등 화려한 수상경력, ‘안녕’, ‘TWO’ 등 끊임없이 발표해내는 신작들이 그녀의 도전적 삶을 증명한다. 2002년부터 20년째 리케이댄스 예술감독으로 단체를 이끌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만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 원동력이기도 하다.

"브레이킹" 공연사진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브레이킹" 공연사진 | 사회와 나를, 너와 나를, 우리와 나를 가로막던 투명판은 어느덧 악기가 되고 나의 놀이를 더욱 즐겁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사진=황승택, 국립현대무용단)

현대무용계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김미리, 임재홍, 김영은, 김현주, 김동주와 세계적인 스트리트 댄서 DROP(고준영), Babysleek(김지영), G1(박지원)이 춤의 합을 구현했다. 국악 기반 포스트 록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작곡·음악감독을 맞고, 그와 함께 연주자 이준과 이충우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 연주를 펼치며 총 11명이 춤과 무대미술의 유기적인 합을 구현하며 국악과 춤의 아름다운 합을 이뤄냈다. 신체도, 삶의 리듬도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개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염원을 담아 무대와 객석의 경계까지 신나게 ‘브레이킹’하며 관객과 호흡하는 이번 작품은 다양한 예술이 합을 이루는 모습이 총정리 되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이번 작품의 드라마트루그로 참여한 안경모 연출가는 “이경은은 힙합의 미학적 세계를 끌어안으며 이런 한계들과 맞섰다. 싸움이 아니라 상상과 놀이로, 놀고 즐기며 거대한 구조를 농락했다. 내성이 된 움츠림도 사라지고 서로를 환호하는 어울림도 생겼다. ‘나’들의 향연이 되었다. 파열은 목적도 결과도 아닌 과정이 되었다. 차원을 달리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라고 이야기하며 힙합에 내재된 미학적 세계를 현대무용으로 수용한 작품에 연극적 이야기까지 더해주었다.

댄스온에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브레이킹” 댄스필름에서는 ‘한계에서 벗어남’을 공간 변화로, 이미지 연출의 영상미를 구현했고 장영규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삶의 주인공인 관객 모두 오늘의 무거운 짐이 내일은 가벼워지길 바라는 작품 “브레이킹”은 우리에게 스스로 고유한 방법으로 틀을 깨고 넘어가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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