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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살아난 '바냐 아저씨', 연극"능길삼촌"..
문화

우리 곁에 살아난 '바냐 아저씨', 연극"능길삼촌"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08/25 00:04 수정 2021.08.28 08:14
"능길삼촌" 무대사진 | '능길'이란 도시를 10년 전부터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포착하고 있던 도시라 말하는 김연민 연출은 소극장에 아주 길게 무대를 만들어 30여명의 아주 적은 관객들을 맞을 수 있는 독특한 무대를 만들었다 /(사진=Aejin Kwoun)
"능길삼촌" 무대사진 | '능길'이란 도시를 10년 전부터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포착하고 있던 도시라 말하는 김연민 연출은 소극장에 아주 길게 무대를 만들어 30여명의 아주 적은 관객들을 맞을 수 있는 독특한 무대를 만들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가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다시 태어난 연극 “능길삼촌”이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능길'은 경기도 안산시 어느 자연마을의 지명이다. 능(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능길에 사는 삼촌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바냐 아저씨는 이 공단과 도시 사이에서 잊혀진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어설픈 가짜 농촌 능길, 고물상에 청춘을 바친 영호는 '능길'이란 이름처럼 언제 죽을지 모른채 숨만 붙어 있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안톤 체홉이 1889년에 집필한 자신의 작품 '숲속의 정령' 속 24명이 넘던 등장인물들을 9명까지 줄이고, 클라이막스 부분은 바냐 아저씨의 자살 미수로, 본래의 여운이 남는 결말을 각색해 만든 작품 “바냐 아저씨”는 1900년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 감독에 의해 초연된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딸이 죽은 이후에도 사위의 사진을 스크랩한 파일철을 항상 들고 다니며, 아들 영호는 항상 뒷전이다. 사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사위바라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밉지가 않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삶의 본질은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러시아 고전에 담긴 시선이 한국의 사회와 만나 어떤 현상으로 발현되는지 찾아보는 취지로 안톤 체홉의 작품을 번안하여 무대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스토리포레스트 대표인 김연민 연출은 '갈매기'를 원작으로 한 2012년 '종로 갈매기', '세자매'를 원작으로 한 2014년 '쯔루하시 세자매', '벚꽃동산'을 원작으로 한 2017년 '연꽃정원', 그리고 2021년 체홉번안 프로젝트 4번째 이야기인 “능길삼촌”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정웅(원작 세레브랴꼬프) 역의 정원조 배우는 딸은 할머니에게 맡기고, 매제에게 유학자금을 받아 유학을 마치고도 여전히 당연하게 후원을 요청하는 등 너무나 뻔뻔스러운 모습을 능청스레 연기한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지난 19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의욕을 잃은 한 마을의 이야기를 조명하여 체홉의 시선에 현재 우리의 시선을 접목해 현시대에서 사라져가는 마을과 그 속의 사람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 인간의 냉정한 시선을 한국적으로 담아낸 김연민 연출은 “체홉은 '바냐 아저씨'를 통해 50년 전보다 숲은 반으로 줄었고, 현재는 예전에 살던 사람의 흔적이 안 보이며, 15년이 지나면 우리의 마을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낡은 생활은 새 생활에 자리를 양보할 상황이라는 시선을 드러낸다”라며 “사라져가는 마을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마을을 어떻게 생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다”라고 밝혔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준(원작 아스뜨로프) 역의 이강욱 배우는 이제까지 무대에서 보여준 진중함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강애심'스러운 그만의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은 명화(원작 마리아)를 무대 위에 불러낸 강애심 배우는 김연민 연출과는 두 번째 작품으로 “최선을 다해서 철저히 준비하고, 배우들도 굉장히 성의있게 만나기에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섬세하기 그지없는 연출이다”라며 작품을 함께 하는 연출가에 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얄밉기 그지없는 영호의 매형, 정웅(원작 세레브랴꼬프) 역의 정원조 배우, 너무나 순박하여 친근하고 친근한 영호(원작 바냐) 역의 한정호 배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허술함이 가득한 준(원작 아스뜨로프) 역의 이강욱 배우, 원작의 부인을 정웅의 매력적인 후배로 완벽히 옷을 갈아입은 혜라(원작 엘레나) 역의 김수안 배우, 매력적인 저음과 연기를 보여준 송이(원작 소냐) 역의 이다은 배우까지 믿고 보는 연기 내공을 갖춘 배우진들로 총 10차의 공연은 예매 오픈 하자마자 매진되어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관객들의 많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혜라(원작 엘레나) 역의 김수안 배우는 극 중 모든 남자에게 사랑을 받을만치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2021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으로 4부작의 완결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에서는 '바냐 아저씨' 외에도 연출가가 번안했던 이전 작품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의 대사들이 곳곳에 등장하며 체홉과의 애정이 어린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어 감에 따라 캐릭터마다 달라지는 리듬의 감정선은 관객들을 '능길' 마을 속에서 그들과 함께 느끼게 만들어 주고 있다.

"능길삼촌" 공연사진 /(사진=김솔, 아트리버)
"능길삼촌" 공연사진 | 송이(원작 소냐) 역의 이다은 배우가 생각하는 미래는 밝고 경쾌하지는 못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계속되고 내일은 반드시 온다. /(사진=김솔, 아트리버)

연극이 사랑스러워 계속해서 애정이 샘솟기에 힘듦을 느낄 새가 없다는 강애심 배우가 “원작의 낭만적이고 감상적이었던 부분들이 많아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 작품은 약간은 락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작품 “능길삼촌”과 함께 김연민 연출의 4부작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도 좋을 것 같다. 관객들의 성원이 모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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