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프리존]박유제 기자=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남도의 합계출산율이 조사 후 처음으로 '0명'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말한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다.
또 전국의 2020년 인구 자연감소는 3만3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출생자수가 사망자수를 밑돌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나타냈다.
경남의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2008년 합계출산율 조사 후 첫 0명대로 진입했다. 출생아 수 역시 2013년 3만 명 선 붕괴 이후 2019년에는 1만 명대 진입,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400명이 감소한 1만6800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경남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출생 수가 사망 수를 밑돌아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면서 노령인구의 구성이 점점 높아져 고령사회가 심화, 18개 시군 중 12개 시군이 초고령사회가 됐고, 이들 모두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 13일 감사원의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저출산·고령화 지속을 가정한다면, 2047년에는 경남의 인구는 296만 명, 도내 전 시군이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편, 이러한 인구감소에도 청년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에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하는 등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경남의 경우 2001년 85만여 명에 육박했던 청년인구가 2020년 58만 명 수준으로 급락했고, 청년인구 순유출도 2015년 3655명에서 2020년 1만8919명으로 최근 5년 동안 6배 이상 폭증한 심각한 상황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결혼과 출산을 의무로 여기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이를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하여 비혼·만혼이 증가,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초혼연령은 상승하고 있다.
결혼하더라도 주택, 양육·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 문제로 출산을 꺼려 기혼가구의 평균 출생아 수 감소 및 무자녀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불안정한 고용, 낮은 임금수준 등으로 인한 소득불안 등으로 남녀 모두 노동이 필연적인 사회로 전환되었지만 출산친화적인 환경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다.
공적 돌봄 또는 양질의 보육 공급 부족은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며, 특히 과거 가부장 제도의 전통이 남아 있어 전국 17새 시.도 중 하위등급인 76.4점의 성평등 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 제조업·조선업 등 지역의 주력산업의 불황으로 직업·교육 등을 이유로 20~30대 청년인구의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인구구조 변화를 체감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의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결혼, 임신, 출산, 교육, 일자리, 주거 등에 대한 분절적인 지원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상호 연계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처럼 급격한 합계출산율 하락을 비롯한 인구구조 변화는 인구수 감소를 넘어 이에 따른 시장 규모 축소와 총부양비 상승 등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남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정책방향을 출산율 제고 중심의 정책에서 도민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한 출산율 감소 완화와 미래 인구변화 대응 강화로 전환하고 인구감소 문제를 도정 시책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두가 살고 싶은 경남,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비전으로 경상남도 중장기(2020-2024)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수립, ‘경남 희망 인구 플러스(+) 2 정책’을 마련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경남’, ‘기회와 희망 주는 젊은 경남’, ‘미래 변화에 준비된 경남’을 목표로 출생에서 노년까지 전 생애주기별로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 구축과 인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6대 전략과 160개 추진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구시책 선도모델 개발 및 확산을 위해서는 인구감소 극복 및 인구유입을 위한 공모사업을 시군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하여 올해 3년째 시행하고 있으며, 총 9개 사업을 완료 또는 추진 중이다.
특히 거창군의 ‘작은학교 전·입학 전입세대 주택지원’ 사업은 농촌의 빈집을 무료 임차해 새로 단장한 뒤, 폐교 위기의 학교에 전·입학하는 전입세대에 최대 6년간 무료 임대하는 사업으로 2020~2021년 연속 선정됐다.
2020년 사업 추진결과로 서울, 경기, 제주, 충남, 강원 등 전국에서 11세대 47명의 청년 가족이 거창군에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경상남도 인구정책위원회, 도민자문단 등 인구정책 민관 협력체를 구축하고 유관기관·전문가 협업을 통한 인구문제 인식개선 및 홍보에도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인구 유출방지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출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상은 청년층이며,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안착해야 인구감소를 막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경남도는 청년정책추진단을 신설하여 일자리, 교육, 주거, 복지, 문화 등 분야별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청년이 머물고 돌아오는 경남’이 될 수 있도록 청년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인재의 유출로 지역 위기가 가중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 인재양성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자체와 대학·기업·혁신기관이 뭉친 ‘경남형 공유대학’을 조성, 지속가능한 정주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경남형 청년주택 ‘거북이집’ 공급, 청년이 원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남 청년학교, 청년 정보플랫폼 구축 등 이미 상당 부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내달 중에는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청년정책 추진을 위해 ‘청년이 살고 싶은 더 큰 경남 5개년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경남도는 밝혔다.
장재혁 도 정책기획관은 “그간의 출산율 감소 완화를 위한 출산·보육 시책을 확대·보완하여 경남형 돌봄모델을 구축하고 청년과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할 예정이며, 지역혁신을 통한 인구 유출 방지,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등 인구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