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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한 이야기, "독살식구"..
문화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한 이야기, "독살식구"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08/30 01:18 수정 2021.08.31 11:30
제5회 미스터리스릴러전 우수레퍼토리작
"독살가족"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독살가족" 공연사진_무대 뒤쪽 어슴프레 보이는 머리와 손은 무엇일까? 인하(이연준)가 말하는 동안에도 무대 뒤편은 안개가 심해지며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하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가장 가까운 ‘가족’을 주제로 가족이라는 존재가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의 서스펜스를 스릴러 적 서사를 통해 극대화한 극단 동네풍경의 “독살식구”가 다시 한번 관객들과 조우했다. 지난 2018년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던 이번 작품은 올해 관객들과 다시 만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미스터리한 불행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우연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심연의 어둠을 찾아가는 시간을 선물했다.

"독살식구"_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이제 남은 가족은
"독살식구"_오래 전 돌아가신 어머니,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이제 남은 가족은 형제 둘 뿐이다. (사진=Aejin Kwoun)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환기시켜 감정의 정화 작용을 일으킨다. 악덕과 비행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과오 때문에 불행에 빠진 인물의 고통을 재현함으로써 격렬한 공포와 연민을 일으켜 감정을 정화시킨다”

"독살식구" 공연사진
"독살식구" 공연사진_예전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인하. 인하가 벌인 일들은 과연...아버지의 후천적인 교육 때문이었을까? (사진=Aejin Kwoun)

소극장혜화당 프로그래머 김세환은 미스터리 스릴러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장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필연적으로 어떤 폭력과 죽음을 포함시켜야만 장르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폭력을 재현해서 공포심을 일으키려는 장르가 아니다. 폭력의 이면에 놓인, 심연의 어둠을 추적해서 폭력의 인과를 살피는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는 오늘날 현대인이 당면한 여러 가지 비극적인 사건들을 추적한다.

"독살가족" 공연사진 /(사진=Aejin Kwoun)
"독살가족" 공연사진_인철이 쓴 시나리오가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면...사실이라면...인철은 과연 보통사람이 맞을까? (사진=Aejin Kwoun)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한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김규남 작가이자 연출은 잔혹한 범죄, 터질듯한 긴장감, 인간에 대한 두려움, 예상치 못한 반전, 카타르시스 등, 스릴러 장르가 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골고루 갖춘 작품을 완성해 보고 싶은 생각으로 이번 작품 “독살식구”를 무대에 올리며 관객들에게 스릴러만의 매력을 안겨주었다.

"독살식구"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인철(이두아), 인하(이연준), 아버지(최희태), 조연출/조명오퍼/음향오퍼(정차영) /(사진=Aejin Kwoun)
"독살식구"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인철(이두아), 인하(이연준), 아버지(최희태), 조연출/조명오퍼/음향오퍼(정차영) /(사진=Aejin Kwoun)

아래는 우직한 아버지이자 맏형 같은 이미지로 극단동네풍경을 이끄는 대표이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규남 작가 겸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같은 작품으로 대학로 소극장혜화당 무대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을 들려주세요.

배우들, 스태프들과 합심해서 열심히 만든 작품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공연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간절합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규모가 작은 소극장 연극은 더욱 그렇죠. 그래서 이러한 기회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뜻 깊은 일입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코로나19 거리두기 여파로 과연 관객분들이 얼마나 극장을 찾아와 주실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객석이 많이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초연 <독살식구>를 기억하고 찾아와 주신 관객분들과 극단 ‘동네풍경’을 믿고 객석에서 함께 해주신 관객분들로 인해 단원들이 힘내서 무사히 공연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연출을 하고 계시지만, 가장 매력을 느끼는 장르가 있을까요? 지금 쓰고 있는 희곡 작품이 있나요?

어쩌다 보니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스릴러 연극도 몇 편 만들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고전 소설과 SF장르의 연극을 올리기도 했지만 사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주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연극을 쓰고 만들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 연극이 저와 제 동료들이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안산’이라는 지역을 소재로 한 연극이라면 개인적으로 더욱 큰 매력을 느낍니다.

저에게 있어 연극이라는 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다 함께 나눠 먹는 잔치 같은 건데, 물론 모르는 분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같은 동네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게 더 즐겁고 특별한 것 같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희곡은 ‘심부름’이라는 작품과 ‘술래잡기’라는 작품입니다.

‘심부름’은 안산 유일의 전통시장인 오일장이 사라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이번 ‘안산 거리극 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입니다.

‘술래잡기’는 안산 선감도에 있는 ‘선감학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무거운 주제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안산문화재단 전문예술인 창작쇼케이스’에 선정되어 10월 말에 선보일 예정에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랜 기간 함께 극단생활을 하며 서로에게 믿는 이상의 것들이 느껴집니다. 연출님이 보고 느끼는 이번 출연 배우들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두아 배우는 극단 동네풍경에서 약 9년 가까이 함께한 베테랑 배우로 항상 선이 굵으면서도 힘이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손재주도 뛰어나고 그림 실력도 수준급이라서 무대미술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가장 큰 매력은 우직함과 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해내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 마는데 연기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배역이든 맡길 수는 믿음직한 배우입니다.

이연준 배우는 서울예술대학 재학 시절 창작극 동아리에서부터 저와 꾸준하게 작업을 해온 배우로 섬세하고 밀도 높은 연기가 강점입니다. 꽃미남 같은 외모와는 달리 강렬한 눈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최희태 배우는 연기를 배우고 시작한 지 이제 2년 남짓 된 신입 단원으로 ‘연습량은 배신하지 않는다’가 좌우명일 만큼 어마어마한 연습량으로 공연에 임합니다. 전체연습이 끝나도 연습실을 떠나지 않고 항상 밤늦게까지 남아 연습실을 지키며 개인 연습을 진행합니다. 소극장 산울림과 혜화당, 안산의 거리와 놀이터, 야외무대 등등, 여러 공연에 배우로 서며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연기력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조연출 정차영 단원은 극단의 살림꾼으로 극단의 모든 재정과 사업에 대한 예산과 극단 전체 일정을 관리합니다. 연출력과 기획력도 갖추고 있는 인재로 극단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좋은 연극을 만들어 관객과 만나겠다는 같은 마음 하나로 극단 동네풍경은 열심히 오늘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는 극단동네풍경의 차기작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10월 초에 ‘안산 거리극 축제’에서 공연될 ‘심부름’이 있고요, 10월 말에는 ‘안산 전문예술인 쇼케이스’에서 선보일 ‘술래잡기’ 공연과 11월에 청소년극 ‘별 볼 일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확진자가 또 이천 명이 넘어가면서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공연 일정들이 다시 조금씩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 동네풍경은 흔들리지 않고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해나가면서 관객분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리스릴러전은 소극장혜화당의 여름 시즌을 대표하는 장르 페스티벌로 그간 단순한 호러 장르와 차별화된 스릴러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진 이야기 "독살식구"를 포함하여 지난 7월 28일부터 신작 2편과 우수레퍼토리작 2편으로 한 달간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었던 제5회 미스터리스릴러전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내년의 만날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번 끌어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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