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자기기만과 위선의 가면을 쓴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하는 연극 “인형의 집-시작된 살인”이 헨리 입센의 유명한 작품 ‘인형의 집’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로 무대 위에 그려지며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제2회 여주인공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소극장공유에서 관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센의 ‘인형의 집’은 단순히 여성 노라의 각성을 이야기한 작품이 아니라, 잠재된 인간 본성의 위선과 기만을 폭로한 작품이었기에, 발표 14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무대에서 상연되고 있으며, 희곡 등장인물로서 노라 만큼 중요한 역할 모델을 참기 힘든 것이 아닐까 싶다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의 희곡을 쓴 김환일 작가는 지금 이 시대의 ‘인형의 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전했다.
극단 단잠의 대표이자 작품을 연출한 장봉태 연출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기만과 위선, 그리고 그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에도 결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인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작년 11월 소극장 공유에서 처음 공연된 작품 “인형의 집”은 심리스릴러 장르이니만큼 여러 영화도 떠올려지게 했다 ‘와일드씽(1998, 감독 존 맥노턴)’, ‘함정(1999, 감독 마크 펠링톤), ’더 올(2001, 감독 닉 햄)‘ 등의 수작이 떠올리게 만드는 힘 있는 스릴러 연극은 그리 많지 않기에, 이번 페스티벌 참가로 두 번째 만나는 작품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소극장공유에서 두 번째 “인형의 집”을 올리며 새로운 느낌을 안겨준 장봉태 연출과 인터뷰 내용이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포인트 있는 연출 그리고 당연히 매력 있는 희곡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두 번째 올리는 작품에서 연출하며 가장 중요히 여겼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공연에 연출 포인트는 빠른 템포의 사건 진행과 미장 센 이었습니다. 스릴러 장르는 자칫 배우들이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서 작품 진행이 루즈해질 수 있으므로 배우들에게 밀도 있는 연기와 빠른 사건 진행을 주문하였고,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어진 조건 안에서 세트와 소품을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미장셴으로 보이게 노력했습니다.
잘 쓰인 희곡과 템포 있는 연출이 잘 만난 듯한 이번 작품을 보고 나니, 연출님과 작가님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동료연극인의 소개로 만나고 2020년 ‘인형의 집-시작된 살인(극작)’, 뮤지컬 ‘별이 쏟아진다(각색)’, 2021년 ‘반성문,살인기억(작가)’를 함께 작업했습니다.
차기 작품은 김환일 작가와 또다시 함께 뭉쳐 ‘유쾌한 소동극’ 작품을 할 거 같습니다.
김환일 작가와 계속 함께 작업하는 이유는 작가로서 생각이 유연할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글의 과감함과 다이내믹한 이야기의 전개가 좋아 현재까지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매력을 백분 살린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원진 배우와는 지공연협동조합에서 함께 조합원으로 있으며 5월에 김환일 작 '반성문,살인기억'을 작업했습니다. 그는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연기·춤. 노래 모두 잘하는 대학로의 몇 안 되는 유능한 배우입니다. 또한, 연기 열정이 넘쳐 연습을 지독히 하는 연습벌레이기도 합니다. 저와는 끈끈한 정을 나누는 형·동생 사이입니다.
장희재 배우는 동료연극인 공재민 배우의 적극 추천을 받아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장희재 배우는 노련한 여우입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 관객이 집중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배우입니다. 또한, 귀여움과 섹시함을 모두 갖춘 여배우입니다. 당연히 연기력은 충분히 갖춰 있고요. 장희재 배우가 가진 역량이 더 발산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바랍니다
명랑한 성격을 가진 노력파 배우 유지훈은 연극집단 반의 단원으로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이제 갓 서른에 들어선 젊은 배우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캐릭터라도 신중하고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함이 느껴집니다. 유지훈 배우를 보면 연극계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는 5일까지 펼쳐지는 마지막 작품 “엄마의 여름”으로 한 달여간의 아쉬운 여정을 마치게 되는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은 마지막 공연 날 폐막식에서 참가작 중 작품상과 연기상을 각각 하나씩 수여할 예정이다. 더 많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써지고 많이 공연될 수 있도록 소망하는 페스티벌이 오래도록 관객들과 함께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