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마음에 빚을 풀어낸 작품 “순례네 국밥”이 낭독극으로 관객들과 만나 울컥한 감동을 자아내며 실제 올려질 공연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켰다. 작품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진아 연출이 예전 동일방직 공장의 그 여공이 다방 레지가 되는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지워지지 않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꼭 다시 풀어야겠다고 마음먹던 중, 평소 관심이 많았던 '서울의 봄(대한민국에서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던 1979년 10월 26일~1980년 5월 17일 사이를 일컫는 말)'을 배경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담으며 이번 작품이 시작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에 모티브가 되는 외할머니 '김순례' 씨와 그녀가 만나는 이야기 “순례네 국밥”은 순례가 그러했듯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지, 인간적인 진실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김진아 작가이자 연출은 위헌으로 판결이 난 유신과 긴급조치 시대, 잔혹한 폭행이 횡행하는 야만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이 곰팡이처럼 독을 품으면 그럴 때 역사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야만의 것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곰팡이는 없다고 전한다.
지난 30일 대학로 정극장에서 단 하루 2번의 낭독극으로 먼저 관객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여 다져 완성도 높은 실연으로 가고자 한 작품 “순례네 국밥”은 희곡에 반한 연출가의 측근 배우들과 창작집단 혜화살롱, 컴퍼니 다옴이 함께 하여 한 달간의 연습기간을 거쳤다. 이번 낭독극은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그 시절을 실감 나게 그려내며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느껴지게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역사는 인간의 것이 되었다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래는 작품을 쓰고 연출하며 많은 고민을 배우들과 함께 낭독극에 담아낸 김진아 작가이자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유신과 긴급조치 시절 미싱공장 사건들과 공권력의 횡행들을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시선을 담아낸 듯한 이번 작품은 아직은 완벽할 순 없겠지마는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고 연출하며 관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서울의 봄, 동일방직공장 사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무심히 고민하던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그날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항상 그의 품에 완전한 사랑을 느꼈듯이, 그는 제가 만드는 인물들도 완전히 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인물의 선과 악을 떠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원래 대본에서는 마지막에 장면이 추가로 더 있는데 이번 낭독극을 올리게 되며 마지막 부분을 많이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연에서는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공연한 배우들이 참 다채롭게 모인 듯합니다. 캐스팅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배우들의 대부분이 김진아 본인의 십년지기 동료 배우들입니다. 대체로 배우들은 본인이 하기 편한 배역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프로젝트 집단인 만큼 언제든 할 수 있는 배역보다 도전에 우선을 두었습니다. 그분들을 다 머릿속에 두고 쓰진 않았지만 관찰해 봤을 때 평소 그 인물의 리듬감이 닮아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고. 어떤 배우들은 전혀 닮지 않은 배우들로 캐스팅을 해서 도전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컴퍼니 다옴 그리고 연출님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순례네 국밥'을 실연에 들어가기 위해 진행 중입니다. 그 이후 작년 말모이 연극제에 출전해서 반응이 뜨거웠던 '덫'이란 작품으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다음에는 지금 쓰고 있는 '시선'이란 작품으로 계속해서 관객분들께 찾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컴퍼니 다옴은 극단 그림일기와 공동제작하고 늘 함께했던 극단 영화와 함께 9월 8일부터 열전을 주제로 연극 ‘아싸’, ‘두만이태만이’, ‘창수’, ‘개세끼들’까지 총 4 작품을 연말까지 올릴 예정입니다.
200년 넘은 씨간장을 가진 국밥집의 주인인 순례 역 손우경 배우의 가슴 절절한 연기에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작품 “순례네 국밥”은 구로공장의 여공들과 학생들의 사연이 어떤 이들에게는 구태의연하게 느껴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저 ‘인간’이기를 원하는 그들의 소망이 이뤄질 때까지 이런 작품이 계속해서 나와주길, 그리고 먼저 “순례네 국밥”이 무대에서 실연으로 관객들과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