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너무나 부담 없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연극 “엄마의 여름”이 제2회 여주인공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소극장 공유에서 극단 명장의 ‘엄마의 봄’ 후속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객들에게 따스함을 선물해주었다.
어설프게 만들거나 대충 혹은 대강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고 꼼꼼하게 두들기고 또 두들겨 옹골찬 연극을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극단 명장(名匠)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연극으로 관객들과 계속해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노인들의 현실적인 문제인 치매 이야기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해나가는 현대인을 대비시키며 가족의 소중함과 노령화로 인한 인간의 부재를 짚어보던 ‘엄마의 봄’의 후속작인 이번 작품은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한 서영의 딸과 서영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의 봄'과 '엄마의 여름'은 극 중 서영 역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 속 고민과 갈등을 그려낸 김영서 배우가 희곡 작가로 참여하였다.
때로는 친구 같고 연인 같고 부부 같은 모녀 이야기를 담아내며, 엄마와 딸의 갈등 속에 일상 속에 전하지 못하던 깊은 속내를 드러내며 작고 소중한 감동을 그린 작품 “엄마의 여름”을 연출한 윤현식 연출가는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하며, 이제는 1인 가구 시대이며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고령화, 인구감소, 출산율 저하, 산업인구 감소, 치매가 연일 신물 기사화 되는 가운데 너무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유교 문화와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당연하게’ 희생해 온 엄마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하며, 소설이나 드라마로만 접하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풀어냈다.
아래는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무대와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풀어낸 윤현식 연출과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엄마의 봄과 여름에 이어 가을과 겨울 이야기도 차곡차곡 준비 중이라 들었습니다. 계절별 엄마는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할지 궁금합니다.
단원들 몇몇이 모여 드니즈 샬렘의 희곡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마샤 노먼의 희곡 ‘잘 자요, 엄마’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 몇몇이 ‘우리가 우리나라의 엄마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연극 ‘엄마의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아연극상에 빛나는 최선자 배우님께서 흔쾌히 주연을 맡아주셔서 짧지 않은 공연 기간 내내 만석을 채우는 등 여러모로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연작시리즈로 기획된 공연이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준비해서 ‘엄마의 겨울’까지 해보고 싶은 조그만 욕심을 가져봅니다.
‘엄마의 봄’은 노인들의 현실적인 문제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로 엄마에게 있어 봄이란 테마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여름’은 중년의 엄마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유방암이 함께 찾아온 이야기입니다. 극 중에 상징적으로 수영복으로 계절이 대변되지만, 뜨거운 여름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신작으로 만나게 될, ‘엄마의 가을’은 엄마를 중심으로 그와 연관된 남자들의 이야기를 엮으려 합니다. 엄마의 아버지일 수도 있겠고, 남편일 수도 있겠고, 연인일 수도 있는 엄마의 남자들을 통해 엄마의 삶을 조망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겨울’은 생로병사에 있어 누구나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맞닥뜨리게 되는 죽음을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평범한 여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신체의 소실과 가족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등 외부모가정을 홀로 꿋꿋하게 지켜가며 강해 보이는 엄마 이전에 여자이자 한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예쁜 무대에서 마주하며 따뜻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무대미술과 배우들의 연기에서 연출님이 관객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공유소극장이 가진 어두컴컴하고 침잠된 느낌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배우가 공연 중 또는 비상구로만 쓰이는 관객이 볼 수 없었던 통로를 개방하고, ‘엄마의 여름’ 속 플라워까페로 손님으로 들어와 무대를 밟고 지나가면 꽃향기, 갓 구운 빵 내음, 갓 볶은 커피 내음 속에 젖어 들게 만들어주면서 극의 내용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배우 통로와 관객통로를 바꾸고 무대를 그렇게 꾸몄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하거나 꾸미지 않은 모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알콩달콩 이야기 나누고, 사소한 것으로 부딪히고 화해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멀티맨은 단순한 페이소스 역할을 통해 간간이 극 중 환기를 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장치되었습니다.
유방암과 맞닥뜨린 한 여자의 번뇌와 인간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중년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과 유방암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여자”이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를 정밀하고 따뜻한 감성이 어린 무대에 잔잔하게 펼치고자 하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쉼 없이 이어오고 있는 극단명장의 작품 활동들에 놀라움과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차기작 소식도 들려주세요.
극단 명장은 원로배우이신 최선자 선생님을 비롯해 김선화, 권경하, 한지훈 그리고 대학교 연극영화과를 갓 졸업한 신인배우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가족처럼 모인 극단입니다. 현재 공유소극장 동인 2기 극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엄마의 여름’에 이은 차기작은 한 달 뒤인 10월 12일에서 19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펼쳐질 제4회 일번출구연극제에 선정된 ‘눈 오는 봄날’ 입니다. ‘재개발’을 소재로 달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상에서의 소동과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작품입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여주인공페스티벌의 참가작들은 짧은 공연 기간이 너무나 아쉽게 여겨질 만큼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 그리고 탄탄한 연출과 연기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에 목말라 하던 관객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 “엄마의 여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여주인공페스티벌의 내년이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