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세계적인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이 사회의 온갖 차별을 이겨내고 농장의 가축들을 위해 헌신한 동물학자이자 교수가 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삶을 멋지게 창조하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 “템플 Temple”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만의 색깔로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의 내면세계를 따뜻하게 그리며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그들이 느끼는 세상이 일반적인 다수의 사람과 다름에 대하여 ‘템플 그랜딘’의 학창시절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고정된 연극 양식을 극복하고 참신한 시도를 이어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연출가 민준호와 유럽 명문 무용단인 스위스 Cie.Linga Dance Company와 영국 2FaCeD Company 단원 출신으로 뮤지컬과 연극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심새인이 의기투합한 ‘색다른 자서전’을 표방하는 ‘신체연극(physical theater)’이 지난 3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2019년 고양문화재단에서 시작되어, 2020년 웰컴대학로-웰컴씨어터에서 선보였던 연극 “템플”의 무대는 인물의 심리, 상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독특한 신체 움직임들이 빛의 마술쇼를 보는 듯 화려하지만 따스한 빛의 일렁임과 인물의 심리가 느껴지는 그림자들과 독특한 박자의 음악들과 한데 어우러지며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들은 시종일관 무대에서 펼쳐지는 에너지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템플 그랜딘은 말 못 하는 가축들의 불편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헌신하며 2010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른 천재적인 동물학자이다.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설비를 획기적으로 개조해 동물복지를 실현한 일은 템플이 특별하여서 가능했다. 이는 남들과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는 템플이 자폐증을 앓고 있었기에 남들이 쉬이 열지 못하는 특별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이는 두 살 때 보호시설에서 평생을 살 것이라 진단받고 세 살이 될 때까지 말 한마디 못했던 템플에게 ‘냉장고 엄마’라는 사회의 오명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와 템플의 다름을 장애로 인식하지 않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칼록 선생님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템플이 받아들이는 세상을 예술적이면서도 복잡한 동작과 안무로 시각적으로 구현한 심새인 안무가이자 공동연출가는 “사람은 아는 것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걸어온 길의 특성상 대본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 구조가 소설처럼 상상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또 어떤 이는 공간적으로 상상이 된다”라며 템플의 생각을 어느 누구보다 이해하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공연을 마주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 위 작품을 기분 좋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그리고 너무나 무심한 신경을 가졌던 우리가 ‘시각적 사고자’,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템플이 태어난 1940년대는 자폐증은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8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할까?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아스퍼거증후군, 카너증후군 등의 자폐증을 물론이고 난독, ADHD, 우울 등 ‘신경 다양성’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조한진희의 저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에서처럼 대한민국은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에 장애인뿐 아니라 아픈 몸들은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기만 한 일상을 자신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이들은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무시하며, 그저 치료하거나 개조를 시켜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700억 개에 가까운 뉴런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이 더 많다. 그런데도 인간이란 존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쉽게 단정 짓고 영역을 지으려 한다. 수많은 자폐인의 촉각방어에 대한 장벽을 없애주고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대처해서 느끼게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수많은 운동으로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는 데 앞장서고 있는 템플은 항상 미래로 향하는 문을 넘고 있는 멋진 모습을 어떻게 영역 짓고 나눌 수 있을까? 그런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작은 문을 만들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걸 해낸 너무나 멋진 한 사람의 이야기 “템플”의 무대 위 사선으로 그림자 지던 작은 문의 그림자는 우리의 비뚤어진 편견일는지 모른다. 템플의 졸업연설 내용처럼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다름에 대한 편견에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에게 작은 문을 만들어 준 연극 “템플”을 정말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지금과 다른 미래로 향할 작은 문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