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오는 22일부터 익월(11월) 7일까지 펼쳐질 “소춘대유희”의 제작발표회가 5일 오후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렸다.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100년 동안 공연장을 지키며 살아온 백년광대와 오방신이 찾아와 광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_백년광대(이하 소춘대유희)”가 (재)국립정동극장의 2021 예술단 두 번째 정기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코로나 시국에 힘들고 갑갑한 모두에게 웃음과 위안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는 국립정동극장의 김희철 대표이사는 “국립정동극장 예술극단은 국내에서 최고로 많은 작품을 해 온 단원들로 작년에 창단되었다. 정동극장은 국립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통예술 ‘연희’를 정체성으로 규정하였고, 정기공연 두 번째 작품인 이번 작품이 우리 예술단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하며, “춤과 노래 연기를 아우르는 총체극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연희’ 이상을 위해 각 부문에 계시는 오랜 장인들을 잘 모셔 많은 협업을 통해 ‘연희’를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통 ‘연희’를 얼마나 현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였다”라며 국립정동극장의 계속될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1900년대 정동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과 근대예술이 다양하게 담겨진 지리적·역사적·예술적 탐구들이 가득한 새로운 ‘연희’를 기획한 이수현 공연기획팀장은 “굉장한 의미를 담고 시작하는 프로젝트”라고 이번 공연을 자신 있게 소개하며 “정통예술콘텐츠에 특화된 제작 노하우와 방식을 담고 있는 정동극장과 예술단이 아우러진 정통 ‘연희’의 정체성이 이번 작품에 많이 담겨있다. 정동극장의 지역성을 물론이고 정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이번 공연의 스토리텔링, 무대, 기예적·무용적·연희적·기술적인 모든 부분을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연극 ‘스웨트’, ‘해무’ 뿐 아니라 무용과 전통을 소재로 한 매력적인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안경모 연출은 이번 공연을 “웃음이 만발한 무대에서 즐기는 놀이”라 칭하며, “코로나 시국으로 웃음을 잃어가고 마음속 답답함과 갈증이 많은 시대에 한껏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공연예술인으로서 시대적 소명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웃음’에 대한 부분들이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전하였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단지 과거에 대한 복원이 목표가 아니다. 이번 작품은 단지 과거에 대한 복원 목표 아니다. 현대에서 악가무희(樂歌舞戱)극 전통성을 어떻게 묶어내고 다시 펼쳐낼지에 대한 현대적 고민에 집중해서 나온 게 ‘백년광대’라는 개념이다. 우리의 현재가 단지 과거를 지운 현재가 아니라 역사의 퇴적층처럼 공존하는 정동의 모습처럼 우리의 전통 또한 과거의 맥을 이으면서 ‘기술’적인 부분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전통을 보여주려 한다”라며 또 하나 중요히 여기는 기술 부분에 관한 생각을 이어나갔다. “최첨단 과학기술들이 단지 미디어로서 존재하거나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극 속에 녹아들도록 하였다. 관객들의 감동과 현실에 녹아내려져 있는 그런 기술로서 웃음과 과학기술이 섞인 가장 현대적인 공연을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라고 다시 한번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시름들을 이번 공연에서 덜어내길 소망하였다.
국립국악원의 ‘붉은 선비’, 남산국악당의 ‘남산골 허생뎐’ 등 전통 콘텐츠를 주력으로 집필하고 있는 강보람 작가는 “1902년 전염병 때문에 그 당시 광대들과 많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지금처럼 공연이 연기되어 놀면서 기다린다는 점에서 놀랐고, 이번 작품은 그 당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객과 만나 쓸쓸함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며 재미에 대해 고민하였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번에 올릴 공연을 ‘광대의 본질을 깨닫고 오는 한바탕 한여름밤의 꿈 같은 소동극’이라 칭하며 “함께 웃고 즐기면서 서로 치유해 가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라는 소망을 전하였다.
BTS, 블랙핑크, 싸이의 콘서트의 무대와 미디어는 물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 40주년 미디어아트 ‘BEYOND MOVEMENT/ WORMHOLE’ 전시를 선보였던 유재헌 무대·영상 아트디렉터는 이번 공연을 위해 ‘만약 현재 2021년까지 협률사의 공연이 유지됐다면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공연을 하고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가상역사에 대해 축적된 백여 년 이상의 가상역사의 세계관으로 “관객들이 이 장소가 믿겨져야 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면으로 들어가는 개념으로 최상의 이머시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현했다”라며 무대와 미디어와 관련된 특이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은 멀티프로젝션 맵핑은 물론, 매쉬 홀로그램과 딥페이크 기술로 소생한 명창 이동백을 표현하고, 크로마키 기술로 100년을 거쳐 간 광대들의 CG 복원을 통해 재탄생하여 흡입력 있는 미디어아트를 선사할 무대가 어떻게 표현될지 더욱 궁금증을 키워주었다.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대표이자 現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인 신창렬 음악감독은 ‘시간의 개념을 뒤바꿔 오히려 100년 전 광대들이 현재 예술인들보다 오히려 더 진보적인 표현을 했다’라는 상상을 시작으로 과거 100년 전 현재진행형이었던 전통음악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보편적이고 대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통적 악기의 질감을 춤·노래·연기의 맥락과 결을 같이 하며 작업하였다. 그리고 “비주얼아트로 3면을 모두 쓰고 있는 극장에 맞춘 서라운드형 7.1 ch 사운드 디자인으로 선 하나를 넘으면 100년 전으로 거슬러 갈 수 있고, 선 하나를 넘으면 100년 뒤로 돌아올 수 있는 판타지적 느낌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라며 환상적인 무대와 함께 실제보다 더 실제스러운 음향으로 관객의 감각을 얼마나 확장할지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승무, 바라춤 등의 전통 한국 무용과 현대를 넘나드는 댄스배틀이 함께 어우러져 춤사위를 선보일 이번 작품은 평창올림픽 테마공연 ‘천년향’에서 한국전통 창작 무용을 세련되게 선보인 김윤수 안무가와 이규운 예술단 지도위원이 공동안무하였다. 이번 작품의 안무는 한국 근현대사 춤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추구했던 춤 정신과 춤의 형태, 그리고 근대화 시기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춤의 양식으로 바탕을 구성하였고, 발레와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조화롭게 접목시켜 현대적으로 표현되었다.
“한국민족이 추구해왔던 춤 정신과 형태, 강제로 근대화되던 시기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춤의 양식과 그것들이 동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한국인들의 의지까지 동원된 현대성이 있는 한국 춤을 잘 취합하여 질서정연하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심도 있게 고민했다”라는 김윤수 안무가는 “막이 올라갈 때 여러분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영리한 대본으로 만든 이번 작품에 대한 진한 흥미를 드러냈다.
한국 전통연희를 동시대의 예술로 창작하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이규운 지도위원은 “음양오행과 원형의 의미를 지니는 상모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기 위한 고민 끝에 상모의 모를 던져버리고 초리만을 이용해 장면을 연출했다”라며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연출기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작품에 함께 하고 있는, 한국뮤지컬의 대표적 조명디자이너 구윤영과 연극과 뮤지컬을 아우르는 의상디자이너 김지연 또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 전통연희 단체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국립정동극장과 예술단의 모든 역량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는 작품 “소춘대유희”가 15번의 시간 동안 코로나 시국에서 보다 많은 관객이 마음의 시름을 달래고 함께 웃고 웃으며 그동안 묵었던 갑갑함을 털어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