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스튜디오 공간을 활용하여 공상집단 뚱딴지의 다양한 연극적 시도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공상집단 뚱딴지의 스튜디오 프로젝트가 이번에는 특별히 신진 연출가들의 연극적 스타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더욱 참신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무대로 꾸며졌다. 지속적으로 창작극 개발과 과감한 연극적 언어 개발에 힘써 온 공상집단 뚱딴지는 기존의 진행방식과 다르게 두 작품을 엮어서 진행되는 형식으로 연출가 여온과 양경진의 무대를 하루에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펼쳐진 무대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신진 연출가 여온과 양경진의 참신한 연극성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작품 “어른자격증”과 “늑대가 부른다”는 모두 공상집단 뚱딴지 안에서 개발된 창작극으로 다양한 연극적 색채를 추구하려는 극단의 노력이 잘 녹아들어 있으며 황이선 대표가 직접 제작을 총괄 지휘하며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윤정 작, 양경진 연출로 제작된 연극 “어른자격증”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른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소재로 출발한 작품이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모인 어른 후보들이 함께 시험을 치르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20대 작가와 연출의 시선으로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이 되기 위해 자격증이 필요한 것인지, 자격증이 필요해서 어른이 되길 선택한 것인지 부조리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성인과 어른의 경계에 놓인 우리의 모습과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는 연극이다.
일 년에 한 번 치러지는 어른자격증 시험.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봤지만 문제나 유형을 아는 사람은 없는 것이 이 시험의 특징이다. 취업을 위해,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원하는 차를 받기 위해, 무엇보다 인정받기 위해. 시험을 치룰 수 있는 기준부터 시작해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무엇인지, 시험 문제 예측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오간다.
양경진 연출은 이번 작품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규정하는 기준이 있을 때 한 번쯤 의심해보고 건의를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자 한다”라고 작품 의도를 소개했다.
권택영 작가의 ‘야성의 부름’을 저본으로 소설의 문장을 인용 및 각색하여 여온 작, 연출로 제작된 연극 “늑대가 부른다”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버린 지구의 마지막 남은 대자연 ‘에덴’에 숨어둔 사냥꾼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에덴 아에서의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해야 하는 ‘사냥꾼’과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에덴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딸 ‘E’의 대립과 함께, 둘을 도우려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나랜’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극한의 상황에서도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이야기꾼’들의 등장으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키며 다양하고 실험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가까운 미래, 인간의 무능함에 복수라도 하듯 지구는 불타올랐고 인류는 마지막 생태계, 에덴에 모여들었다. 에덴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에덴관리국’은 경계를 만들었고, 에덴은 결국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 에덴에 숨어 사는 사냥꾼과 그녀의 딸 E 그리고 사냥꾼이 잡은 동물을 수거하기 위해 이들을 찾아오는 휴머노이드 로봇, 나랜. 사냥꾼은 자신의 딸 E가 안전한 에덴에 계속 존재하길 원하지만, 그럴수록 E는 바깥세상이 궁금하다.
여온 연출은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생기발랄하고 참신한 작품을 쓰고 연출한 공상집단 뚱딴지의 신진 작가와 연출과 인터뷰이다.
시대에 대한 문제 제기의 느낌이 컸던 이번 희곡을 쓰게 된 배경이나 과정 그리고 기억 나는 점들이 듣고 싶습니다.
“어른자격증” 오윤정 작가 뚱딴지에서 진행한 희곡 워크샵에서 처음으로 희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최근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n 살의 남자가 차도 없다.” 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이상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에 공감이 되었거든요. 이 사회가 n 살의 남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n 살의 여자라면? 대한민국 중산층의 조건을 보면 경제력이 전부입니다. 니체가 말하던 ‘신이 죽은 시대’는 어쩌면 지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니체의 인생 강의’라는 책의 저자 이진우 교수님은 “목표 없는 공허함에 힘겨워하고,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돈만 좇는 모습, 바로 21세기 현대인의 자화상이다.”라고 말을 했죠. 그런 21세기에서 나이 서른을 코앞에 둔 제가 ‘앞으로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늑대가 부른다” 여온 작/연출 이번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혹은 희망이 지금을 살고있는 저 개인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번 코로나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과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 난 다음의 세상이 많이 궁금해졌거든요. 그러면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궁금해 졌습니다. 어떠한 정답을 내리기보단, 우리 미래의 모습, 그리고 세상과 환경이 변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마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제까지 문삼화 연출님과 황이선 연출님의 스타일의 뚱딴지에 익숙해졌었단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뚱딴지스럽지만 또 뚱딴스럽지 않은 연극 스타일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연출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무엇일지 그리고 이번 작품이 다시 본 무대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어른자격증” 양경진 연출 또래의 공감을 잘 끌어낼 수 있는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어른이란 무엇일지' 고민하는 부분들이 너무 클리셰 적이지 않게 보이길 원했습니다. 좋은 기회로 다시 선보여질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늑대의 시간” 여온 작/연출 황이선 대표님께서도 자주 하시는 말씀이지만 뚱딴지의 연출부 색깔이 서로 확연하게 달라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번 ‘늑대가 부른다.’를 만드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작업에 임하며 제가 생각한 모든 이미지를 구현해 보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마음껏 그려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더 정제된, 잘 정리된 연극으로 다음 무대를 준비하려 합니다.
신진 작가와 연출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다음 작품 계획이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어른자격증” 오윤정 작가 다음 작품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을 해서 좀 두렵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그려둔 이야기는 없고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아마 그때의 제가 결정할 것 같습니다.
“어른자격증” 양경진 연출 아직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온다면 좋은 작품을 만나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하지만 더 공부하고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작품에 대해서 정해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늑대가 부른다” 여온 작/연출 앞으로 남은 뚱딴지의 공연이 참 많습니다. 저는 11월에 2인극 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조각상은 변하지 않는다.’를 준비하고 있고요. 잘 준비해서 무사히 관객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이 되는 기준을 누가 정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연극 “어른자격증”과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연극 “늑대가 부른다”는 아직 시작하는 작가와 연출의 작품이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안정감 가득한 배우들의 능수능란하고 재치있는 연기로 꾸며진 무대는 기존의 무대형식을 답습하지 않기에 스토리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어 자유로움이 가득하였다. 그렇기에 아직은 익어가고 있는 그들의 작품세계가 어떤 식으로 열려 갈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