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 따스한 감성을 선사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상반기 ‘돈키호테’와 ‘트리플빌’로 빠른 전석매진을 보여주며 작품성에서도 호평을 이어갔으며, 깊고도 진한 낭만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번 작품 “지젤”로 낭만적인 가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요정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의 영적 세계와 현실의 비극적 사랑을 주로 다룬 낭만발레는 ‘라실피드’가 대표적이며, 이번 작품 “지젤”은 그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정기공연으로 가을 시즌에 만난 “지젤”은 귀족 신분의 남자와 평범한 시골 처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19세기 문예사조에서 찬미했던 초자연적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하인리히 하이네의 ‘독일, 겨울 이야기’에서 ‘윌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후 영감을 받아 집필한 이번 작품은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세계 초연 후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되며 유럽 주요 발레단에 수출되었던 “지젤”은 1868년 이후 파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 작품은 러시아 황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던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리타에 의해 1860년 러시아 황실 극장에서 재공연되었다. 이후 1911년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가 유럽으로 다시 들여와 재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전 세계 무대에 오르는 “지젤”은 러시아 황실의 보호 아래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지대한 관심으로 리허설 공연까지 오픈되며 열렬한 호응을 받은 이유는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주역들로 구성된 믿고 보는 조합과 신선한 이색 조합의 케미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본 공연에서는 아쉽게도 홍향기 발레리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31일 마지막 공연은 배역이 급히 변경되었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은 관객들의 기대가 전혀 아깝지 않은 여러 빛깔의 지젤과 알브레히트와의 만남을 가지게 해 주었다.
결혼 후 성공적으로 복귀해 더 깊어진 연기 내공으로 이전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손유희 발레리나와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로 다져진 엄격하고 탄탄한 기본기로 수준 높은 테크닉의 독보적 기량과 연기력을 소유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발레리노의 조합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현실 부부의 최강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네긴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으며 최상의 무용수 모습을 보여주는 외에도 안무가로 데뷔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하고 있는 이현준 발레리노와 함께 하는 무대는 서로 다른 빛깔의 케미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과 팬덤을 넓혀가고 있는 솔리스트 한상이와 맛깔나는 연기와 화려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았던 간토지 오콤비얀바 발레리노는 3년 만에 정기공연으로 다시 만나 우리에게 환상의 조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100% 믿고 보는 매혹의 대세 커플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빠른 스피드와 폭발력 있는 에너지로 남성 무용수의 전유물인 4회전까지 가능한 테크닉으로 유명한 홍향기 발레리나와 맡은 배역마다 카리스마를 분출하며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수석무용수 이동탁은 대학교부터 프로생활까지 15년간 동고동락한 만치 완벽한 파트너링으로 섬세한 빛을 발하였다.
1986년 유니버설발레단의 한국 초연 이후 매년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그니처 공연 “호두까기 인형”이 올해 마지막 겨울 시즌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20일 챔버 공연을 시작으로 천안, 대전, 고양을 거쳐 오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차이콥스키 3대 발레 명작 중 하나인 작품으로 올 한 해를 아기자기 특별하게 마무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