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2019년 초연되어 최현의 춤을 집대성하였다는 평가와 함께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 “허행초”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춘향전’, ‘태평무’, ‘살풀이춤’, ‘북춤’ 등 초연 때 보여주지 못했던 최현의 춤을 새롭게 무대에 올렸다. 매년 가을 시즌 우리의 전통춤에 있어 본질과 성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무대에 올려, 전통춤의 세계를 깊이 있게 재현하며 계승하는 대표 시리즈 ‘동무동락(同舞同樂, 함께 즐기고 함께 즐긴다)’은 2018년부터 계속 매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였던 “허생초”는 ‘동양문인화의 정신세계’라는 낭만적 춤 세계관이 특징이며 이러한 예술적 활동으로 인해 ‘이 시대 낭만주의자’라는 평가는 받고 있는 신무용의 대가 최현 선생이 작품을 재현하며 우리의 전통적 소재 속에서 섬세한 여성미와 품격, 동양적 남성 세계를 풍성하고 섬세하게 재현하였다.
지난 4월 무대 위 거대한 수조에서 펼쳐지는 대형 창작무용극 ‘감괘’에서 만물의 근원인 물을 통한 세상의 진리를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군무로 표현하여 호평받은 바 있는 서울시 무용단의 정혜진 단장은 “‘감괘’가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여주었다면, ”허생초“는 정중동의 깊은 호흡에서 나오는 한국춤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울시무용단이 최현 선생님의 섬세하고 신비로운 춤사위를 완벽하게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한 바대로 4회차의 공연 프로그램을 모두 상이하게 구성하며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재미까지 선사하였다.
서울시무용단은 생전 최현의 춤사위를 오롯이 재현하고 확장하기 위해 최현 선생의 부인이자 최연우리춤원 원필녀 고문에게 작품의 고증과 지도를 받았다. 음악은 유인상 사단법인 민족음악원 원장이 이끄는 라이브 악단이 풍성하고 현장감 있는 음악으로 신명을 선사하며 완벽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우리춤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무소유의 사상이 담겨있는 이번 작품은 "춤은 추는 것이 아니고 추어져야 하는 것이다"라는 최현 선생의 말처럼 온유하면서도 선명함과 여림의 대비가 강한 춤사위가 돋보인다. 전통을 뿌리로 하여 창작에 임하면 세계를 감동시킬 춤이 탄생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서울시무용단장 정혜진은 "이번 공연은 선생님의 귀한 춤맥을 잇는다는 소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소중한 춤을 저희 단원들과 함께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라고 작품의 의미와 애정을 전하며 최현 선생의 춤을 계속해서 전하고 이어갈 것을 이야기하였다.
#1 나비, 태어나다 (기원, 군자무, 허행초 中 노인과 소녀, 한량무, 남색끝동)
나비처럼 태어나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사람, '최현'. 최현의 숨은 노래가 되고, 날개는 몸짓 되어-이왕 태어난 이 생, 넓은 세상 위를 날아다니고자 그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2 나비, 날아가다 (살풀이, 꿈의 춘향전 中 향단ㆍ방자의 춤, 춘향전 中 사랑가, 신명, 미얄할미, 신명을 일깨운 소리, 태평무, 연가, 북춤)
최현은 힘찬 날갯짓과 함께 자신의 춤들을 세상 위에 써내려 간다. 그렇게 그의 붉은 혼은 세상의 곳곳에 기억된다.
#3 나비들, 그를 기억하다(신로심불로, 비상)
최현과 닮은 나비들은 지곰도 태어나고, 멸하고, 태어나고, 멸하고... 이어지는 긴 생과 생들 가운데서 빛을 기억하는 이들은 다시 한 번 날갯짓한다. 나비 날갯짓에 들려온 최현 선생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2002년 타계하기 전까지 조택원, 송범을 잇는 신무용의 대가로서 남성춤의 정체성을 지켜 낸 최현 무용가는 무용극, 창극, 마당극, 뮤지컬, 무용소품 등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안무하였다. 그리고 1994년 12월 춤 입문 50년만의 첫 작품전에서 초연된 그의 독무 "허행초"는 최현 춤의 득도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한 그의 춤은 나비처럼 무대 위에서 되살아나 우리의 마음 속에 다시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