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사실상 소유한 회사들은 흑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것과는 극명히 엇갈리는 양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통신넷=정익철기자] 18일 재벌닷컴이 2014회계연도 결산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청해진해운 관계사 13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를 비롯한 10개사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거나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진 트라이곤코리아와 국제영상, 에그앤씨드 등 3개사는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됐거나 전년에 이어 흑자를 이어갔다.
유 전 회장의 차남 유대균 씨가 20%의 지분을 보유한 주택건설·분양업체인 트라이곤코리아는 지난해 이자수입 등 영업외 수익이 전년보다 5배 급증해 당기순손익이 전년 22억원 적자에서 4억원 흑자로 반전했다. 트라이곤코리아가 20.22%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유대균 씨가 지배권을 가진 국제영상은 매출 감소로 당기순이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7억원에 그쳤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유 전 회장의 장남 유혁기 씨 등 세 자녀가 47%의 지분을 보유한 식품제조 및 판매회사인 에그앤씨드는 매출이 22억원에서 49억원으로 배 이상 급증해 당기순손익이 8억원 적자에서 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 회사의 실적이 대폭 호전된 것은 계열사 매출액이 2013년 2억9700만원에서 지난해 25억3100만원으로 급증해 내부거래 비율이 13.6%에서 52.2%로 수직 상승한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세월호 참사의 ‘주범’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를 비롯한 관계사들은 많게는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다. 청해진해운 지분 39.4%를 보유한 천해지는 지난해 매출이 902억원으로 전년보다 11.6% 감소해 278억원의 당기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법원의 회사정리계획 개시 결정에 따라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쿠알렌 등을 제조하는 세모는 매출이 35.7% 줄면서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6배 늘어난 90억원에 달했고, 전자상거래와 부동산 임대업체인 문진미디어도 적자 규모가 9억원에서 105억원으로 11배 커졌다. 청해진해운의 일부 관계사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실적 부진까지 겪자 아예 회사 상호를 변경했다.
천해지는 지난해 상호를 ‘고성중공업’으로 변경했고, 유병언 전 회장의 아호를 딴 것으로 알려진 도료 판매업체인 아해는 2013년 2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59억원 적자로 돌아서자 상호를 ‘정석케미칼’로 바꿨다. 또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충남 공주 등지에 식품제조·판매시설을 보유한 노른자쇼핑도 세월호 사건으로 세모그룹 관계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12월 회사 이름을 ‘오시리푸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청해진해운 관계사들 중 천해지가 93억9800만원(2013년분)의 법인세를 지난해 추납한 것을 비롯해 다판다 31억2000만원, 문진미디어 11억3000만원 등 3개사가 모두 136억5000만원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