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과거와 미래, 지금의 왁자지껄한 가족을 바라보며 우리네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에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자라나고 부모님은 늙어가는 와중에 가족의 크고 작은 갈등과 행복, 그리고 죽음을 겪는,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먹고 마시는 테이블 컷들로 인생을 축약해 보여주는 작품 “The Big Meal”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느끼는 감동이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는, 독특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될 듯싶다.
2010 뉴욕타임스 희곡상(New York Times Outstanding Playwright Award)을 수상한 극작가 댄 르 프랑(Dan Le Franc)은 매번 새로운 형식의 극을 창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방법을 찾다 보니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것이라 말한다. 보통 희곡은 ‘인물-대사-인물-대사’의 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게 되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새로운 대본 형태로 ‘여자1-남자1-여자2-남자2-여자3-남자3-여자아이-남자아이’로 나열한 후, 그 인물이 한 대사가 아래 나타남으로써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의 대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용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대본 형태는 인물 간 역동적인 관계와 시간의 흐름, 나이 듦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독특한 대본 형태 덕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세대를 넘나들며 자식이 부모가 되고 마지막 식사까지의 시간의 흐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 이번 작품은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드림시어터에서 잔잔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며 극단 다이얼로거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시간을 가졌다. 평범한 일상의 흐름 속에 섬세한 심리묘사로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극단 다이얼로거만의 색깔이 확연히 느껴지는 이번 작품은 2003년 연기를 시작해 극단 작은신화에서 배우로 활동, 2014년 연출을 시작하여 2016년 극단 다이얼로거를 창단하고 대표로 활동하다 지금은 대표직을 위임하고 연출과 배우로 활동 중인 김석이 연출가와 배우간의 끈끈했던 시간도 느껴지는 듯하였다.
5세대의 이야기가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가운데 어떤 한 세대가 이야기의 주가 되지 않음은 각자가 주인공이며 타자를 바라보는 관객이 되는 나 그리고 너, 우리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너무나 더디게 느껴지던 시간의 흐름이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쏜살같이 흘러가듯,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어린 시절부터 젊음이 영원할 것 같다 느끼던 청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어느 한 순간부터 갑자기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식사의 순간은 형용하여 말은 하기 어려운 경건함과 숙연함을 마주하게 된다.
관람하게 된 순간부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 “The Big Meal”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치유로서의 연극을 제시하고 지향하고 있는 극단 다이얼로거의 발걸음에 계속해서 함께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