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뉴스프리존] 박유제/최슬기 기자= 김해에서 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의붓아버지가 구속된 데 이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온 친모도 최근 구속된 사실이 확인됐다. 계부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 등 일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만, 친모는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다.
창원지방검찰청은 재혼한 남편이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하는 것을 방조하거나 가담했다는 혐의로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50대 친모 A씨에 대해 지난 19일 구속을 집행했다. A씨는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파기환송심에서도 계부 징역 25년, 친모 12년 중형
앞서 창원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피해자 B씨를 10대 때부터 11년간 성폭행해 온 혐의로 계부 C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남편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서도 특수준강간죄 등이 적용돼 징역 12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항소한 피의자들은 지난 1월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에서 항소가 기각되자 대법원에 항고했고, 대법원은 방어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이달 11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도 형량이 유지됐다. 결국 희귀난치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오래 앓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온 A씨에 대해서도 징역 12년 형이 확정된 것이다.
변호인측 "증인 4명 모두 허위증언" 부산고법에 재정신청
부부 모두가 딸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A씨의 변호인 측은 피해자 측의 주장과 증인들의 주장에 일관되지 않은 주장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며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에 증인들에 대한 재정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프리존>이 입수한 재정신청서를 보면 피해자 B씨의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등 증인 4명의 허위증언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증인들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B씨의 주장처럼 증인 4명은 모두 계부 C씨가 수시로 영상통화 등을 통해 딸을 감시했다고 주장했으나, B씨와 C씨의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이 틀려 일반 영상통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증인들은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뒤늦게 다른 SNS를 통해 영상통화를 한 것 같다고 일제히 말을 바꿨으며, 구체적인 증언 내용도 사실과 다르거나 차이가 있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확인 결과 B씨의 휴대전화와 C씨의 휴대전화 단말기는 제조사와 기종이 완전히 다른 단말기여서 일반 영상통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증인들이 10회 이상 영상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주장했지만, 계부 C씨의 휴대폰 포렌식을 통한 통화목록에서는 SNS계정을 통해 단 1회 27초 간의 영상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신청서는 또 4명의 증인 중 피해자 B씨의 남자친구인 D씨는 B씨가 부모를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권유했다며, 이는 자신이 B씨와 동거하기 위해 마련한 집의 전세보증금을 분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소인 A씨와 B씨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검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한 것은 기소독점주를 남용한 것이라며 증인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자녀 4명 모두 "엄마는 무죄, 억울한 피해자"
앞서 법원은 피해자가 미성년자 시절 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고, 친모 A씨 역시 계부의 성폭행을 묵인하거나 가담했다며 계부에게는 징역 25년, 친모에게는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계부와 친모는 "실평수 12평에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좁은 집에서 오랜 기간 성추행과 성폭행이 있었다면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자녀들이 범죄행위를 모를리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 밖에 어머니가 다른 오빠로부터도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 오빠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고 이는 재판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현재 부모가 모두 구속된 집에는 가출 상태의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자매가 살고 있으며, 피해자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친모에 대해 무죄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자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모두 "엄마는 그런 죄를 지을 시간도 없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으며, 집안 구조상 불가능한 일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피해자가 주장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엄마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
전문의 "친모 파킨슨병은 완치 불가, 위태로운 상황 우려"
한편 친딸의 고소로 성폭행 공범이 되고 12년의 중형을 받아 구속 수감된 A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파킨슨 증후군으로 7년 간 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온종합병원 부원장인 노순기 신경센터장은 A씨에 대한 의료적 판단을 요청한 <뉴스프리존>에 "주치의 소견서와 처방전만으로 확실한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40대의 이른 나이에 발생한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 센터장은 또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야 병세 악화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구속 수감 등 제한적인 환경에 처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합병증 유발로 위태로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파킨슨병은 사실상 완치 될 수 없고, 치료는 그 증상을 완화하는 데 불과하다"면서 "제한적 환경에서는 병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