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의 시스템은 우리가 살기에 적합할까?’라는 질문을 공연 내내 마주했다고 말하는 작품 “우리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가 논평과 추측을 배제하고 오로지 팩트로만 전달하겠다 이야기하던 기무라 히데아키의 ‘관저의 100시간’을 출발점으로 원전 사고가 현재 우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관객들과 함께하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35주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 벌써 그런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고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은 원전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지난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 소극장에서 2021 아르코 청년예술가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펼쳐진 이번 작품은 10년 전, 2011년 3월 대한민국으로부터 1,000㎞ 떨어진 나라 일본,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우리의 지금을 돌아보고자 하였다.
2011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5개월 뒤 도쿄전력을 취재했던 기자 아마미야는 취재 도중 원전 하청업체 직원 요시다와 칸노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사고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진실을 알기 위해 단독 취재가 시작된다. 그리고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대책통합본부가 세워진 15일 저녁까지의 ‘100시간’을 파헤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3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원전 사고 피해의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0년의 대부분을 집권했던 아베 신조 정부, 그리고 그 이후의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제염이 효과적으로 완료되었으며, 방사성 준위가 안전한 수준이라고 일본 국민 및 국제 사회에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냉각수와 폐로 과정에서 고농도 스트론튬-90(인체나 환경에 가장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 중 하나) 오염수가 만들어질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존 폐로 과정에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고농도 오염수가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국제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가동이 중단돼야 했을 월성 1호기가 2022년 연장 가동의 기한이 끝날 예정이다. 그리고 40여 년 가동되었던 고리 1호기의 운전이 영구정지된 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원전은 해체 승인에 2~3년, 해체 완료까지는 1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며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원전을 해체해 보았던 경험이 있는 숙련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는 임시저장 상태로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안전하게 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영구 처분 시설이 전혀 없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내년 5월까지 재검토 중으로 관리정책 또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
아직도 가동되고 있는 중수로(농축되지 않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기에 사용후핵연료 방출량이 경수로에 비해 크다) 원전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어마무시한 관리비용은 물론, 관리 프로토콜과 저장 시설의 확충에 대해 관련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다가올 위험을 체감하지 못한 채 값싼 전기료의 홍보 등으로만 원전을 바라보고 있다.
멀지 않은 이웃 나라의 비극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자 하는 작품 “우리에겐 아무 일이 없었다”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답하고 허무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양지모 연출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말 우리에게 아무 일이 없었을지, 그리고 우리에게 계속 아무 일이 없을 수 있을지 답답한 현실 속에서 지켜보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을 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