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휘경1동주민센터에서부터 외대앞역까지 400여m 거리에는 영세상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노래방, 술집이 2차선 도로 양편으로 길게 줄 서 있다. 낮에는 길가에 노점도 많다. 김모씨(56)가 이곳에 돌아온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그는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휘경동 보안관’으로 통했다. 외대역동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ㄱ씨는 “김씨는 동네 질서를 지킨다며 스스로를 ‘휘경동 보안관’으로 칭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동네 질서유지꾼 역할만 하지 않았다. ‘보안관’ 위세를 부리며 갖은 행패를 부렸다. 노래방업주 ㄴ씨는 “지난 11월쯤 다시 나타난 김씨가 ‘자기 얼굴이 간판’이라고 말하며, 동네를 돌며 공짜술과 공짜밥을 먹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씨는 거리를 돌며 상인들의 범법사항을 일일이 찍은 뒤 구청과 파출소에 신고하겠다며 상인들을 협박했다. 음식점 사장 박모씨(57)는 “김씨가 음식점 앞에 세워놓은 배달용 오토바이가 불법주차라며 카메라로 찍어 구청에 진정을 넣는다고 했다”며 “주차가 잘못돼 있긴 했지만, 김씨의 협박이 지나치게 잦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김씨가 음식점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손님의 목을 잡는 등 자주 찾아와 영업도 방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17일 오후 11시쯤 한 실내술집에서 주인과 말다툼을 벌인 뒤, 술집주인의 눈을 때려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술집주인 ㄷ씨는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동네사람이라며 쉬쉬할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전과 26범인 김씨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렸다.
동대문경찰서는 김씨를 휘경동 일대 영세상인들의 영업을 상습적으로 방해하고, 상인을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 등)로 지난달 5일 구속했다.
동대문경찰서 강력2팀 손임석 팀장은 지난 4월1일부터 6월7일까지 약 두 달간 15명의 동네조폭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동네조폭범죄를 참고 넘어가면 다른 영세상인과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피해 발생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3일부터 12월11일까지 100일간 김씨와 같은 동네조폭을 총 1만2735건 단속해 3136명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