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지난 5월 18일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무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53일 만에 후임 수석이 임명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전 수석에 이어 네 번째로 임명되는 정무수석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정치권과의 소통 등 대통령을 원활하게 보좌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부산 출신의 현 신임 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그는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인사 중 한 명이다. 새누리당 총선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 신임 수석도 처음 정무수석 제안을 받았을 당시 고심이 꽤 컸다고 한다. 자신의 옛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에서 한창 텃밭을 일구며 ‘원내 재입성’을 꿈꿨기 때문이다. 그가 고심 끝에 청와대행을 굳힌 건 친박 특유의 ‘로얄티(충성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 수석은 2007년 17대 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대표적인 친박 핵심으로 꼽혀왔다.
특히 2011년 말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인적 쇄신의 하나로 거론됐던 ‘친박 자발적 용퇴론’에 맞춰 친박 인사 중 가장 먼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박 대통령에게는 ‘현기환=충성심’으로 통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현 수석은 이후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고, 총선 직후인 2012년 8월 현영희 전 의원에게서 3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공천 뒷돈 의혹에 연루돼 당에서 제명되는 고초도 겪었다. 추후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2013년 재입당에 성공했다.
현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심부름꾼일 뿐”이라며 “아직 업무파악이 되지 않아 말씀을 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바짝 몸을 낮췄다.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도 불출마를 결심한 데 대해서도 “그러니까 많이 도와달라”며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현 수석을 꽤 오래전에 점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발표를 늦춘 건 이른바 ‘유승민 거취 정국’ 이 일단락된 뒤 새로운 당·청 관계 정립이란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 수석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도 친분이 꽤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 대표를 모르는 당원이 어디 있느냐”며 친근감을 표했다. 김 대표도 “정치권과 두루두루 교류가 많으며 협상력도 갖춘 사람”이라며 현 수석을 당·청 간 소통창구의 적임자로 치켜세웠다.
청와대는 현 수석의 입성으로 그동안 ‘장막’이 처졌던 당·청 간 고위급 소통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 수석이 과거 주택은행 노조위원장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대표적 노동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4대 개혁의 두 번째 과제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물밑조율이란 미션을 맡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 수석의 의원 경력이 ‘초선’ 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당·청 간 거중 조정을 맡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오는 14일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회동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이뤄질 것”이라며 “정무수석으로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